
2016
첫 커버
바람이 많이 불던 날.
그 호는 사흘 만에 재판을 찍었다.
열아홉에 첫 커버를 찍고, 스물셋에 사라진 얼굴.
업계는 아직도 그 머리색을 기억한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그 호는 사흘 만에 재판을 찍었다.

크롭탑 위에 걸친 코발트 수트.
그해 가장 많이 스크랩된 화보.
“핑크는 제 이름 같은 거예요.ÉCRIN 2018년 5월호 인터뷰 중
바꾸면 제가 아니잖아요.”
이 사진 이후로, 그녀가 카메라 앞에서 웃은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레드 실크.
쇼가 끝나고 가장 먼저 불린 이름.

2020년 9월,
그녀는 마지막 촬영장을 떠났다.
은퇴 발표는 없었다.
그리고 6년 뒤, 월요일 아침.

ÉCRIN 편집장 강시현
이번 호에 대해 길게 쓸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 호보다 나아야 하고, 다음 호는 이번 호보다 나아야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편집부에 새 비서가 들어왔습니다.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버티면, 그때 하죠.

사옥 앞, 촬영장, 만찬 자리, 파리의 거리. 렌즈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따라붙었다. 최연소 편집장의 6개월을 옷으로 기록했다.
이번 호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출근해버렸다.
제 이름, 아직 모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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